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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공부 5탄 발해와 해양·북방 네트워크

by 솔찬기자 2025. 9. 2.

발해와 해양·북방 네트워크 (발해국지 장편,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건국 배경과 영토 확장

 

건국, 북방, 영토, 확장이라는 낱말을 먼저 떠올린다. 큰 산맥과 넓은 강이 만나는 북쪽 땅에서 새 나라가 싹텄다. 옛 고구려가 쓰러진 뒤엔 그 자리를 잇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이 거친 초원을 달리던 무리와 숲과 강에 익숙한 무리가 힘을 합쳤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었지만, 함께 있어야 지켜 낼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이들은 오래 다니던 길과 산줄기를 따라 작은 성과 마을을 묶어, 흩어진 무리의 마음을 모았다.

새 나라의 첫 걸음은 자리를 잡는 일이었다. 깊은 숲과 강 굽이, 바닷바람이 닿는 평야 가운데 발판을 고르고, 주변의 마을과 고개를 차례로 살피며 이웃과의 경계를 정했다. 북쪽의 시원한 바람은 가축을 키우기에 좋았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곡식이 잘 되는 토지가 이어졌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자연을 함께 품으면, 흉년에 한쪽이 도울 수 있어 나라가 튼튼해진다. 전쟁에만 기대지 않고, 강과 바다를 따라 사람과 물건을 옮기며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넓혀 갔다.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길을 먼저 생각했다. 강을 건너는 얕은 여울, 산맥을 넘는 낮은 고개, 배를 댈 수 있는 나루를 눈여겨보았다. 길이 살아야 창고가 채워지고, 창고가 든든해야 군사와 백성이 버틸 수 있다. 작은 성은 강과 고개의 문지기였다. 그 문지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 먼 곳의 위험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위험을 막아 낸 뒤에는 억지로만 누르지 않고, 장터를 열고 혼인을 잇는 방법으로 주변을 끌어안았다. 강한 팔과 함께 따뜻한 손이 있어야 영토가 오래 남는다.

이웃과의 사이에서는 때로 나눔이, 때로 경계가 답이었다. 북방의 기마 집단과는 가축과 가죽을, 남쪽의 농경 마을과는 곡식과 비단을 바꾸었다. 바다를 건너는 배가 드나들면 소금과 물고기가 풍성해졌다. 이런 교환은 싸움을 줄이는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서로 얻는 것이 있으면 마음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이렇게 건국의 뜻을 세우고, 길과 장터, 성과 혼인으로 영토를 다져 가며 나라의 틀을 키워 갔다.

 

 

5경 15부 62주의 관리 체계

 

다섯 수도, 열다섯 부, 예순두 주라는 숫자는 단순한 도표가 아니다. 넓은 땅을 놓치지 않으려는 질서의 지도다. 수도를 하나만 두지 않고 다섯 곳에 나누면, 어느 곳이 흔들려도 다른 곳이 받쳐 준다. 북쪽 숲과 초원, 남쪽 들판과 바다 근처에 각각 중심지를 두어, 사람과 물건이 먼 길을 돌아오지 않게 했다. 이런 배치는 천천히 움직이는 수레와 걸음, 얼고 녹는 계절의 변화까지 헤아린 계산이었다.

열다섯 부는 큰 구획이다. 강줄기와 산줄기, 바닷길의 방향을 따라 나뉘었다. 각 부에는 일을 맡은 책임자가 있었고, 길과 다리, 창고와 군사를 돌보았다. 잦은 명령이 없어도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스스로 살피고 바로잡도록 한 것이다. 예순두 주는 그보다 작은 생활 단위다. 농사와 시장, 세금과 공사처럼 생활과 바로 연결된 일을 맡았다. 주의 책임자는 백성과 가까이 지내며 불편을 듣고, 큰 관리에게 잇는 다리였다.

이 체계가 살아 움직이려면 글과 기록이 정리되어야 한다. 사람 수와 땅 넓이, 곡식의 수확과 길의 상태를 꾸준히 적어 올렸다. 봄에는 물길과 둑을 점검하고, 여름에는 장마 피해를 살피고, 가을에는 수확을 나누고, 겨울에는 다음 해를 준비했다. 계절마다 할 일이 달랐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리의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숫자와 도장이 찍힌 문서가 오가면, 먼 곳에서도 서로 같은 기준으로 말할 수 있었다.

다섯 수도는 상징이기도 했다. 북방의 마음과 남방의 마음을 한 울타리 안에 묶는 끈이었다. 그 끈이 느슨해지지 않게 길목마다 교육과 제사를 맡은 곳을 두어, 말과 풍습이 다른 이들이 같은 약속을 나누도록 했다. 큰길의 역참은 소식이 막히지 않도록 말을 갈아타게 했고, 바닷길의 포구는 바람과 물결을 살피며 배를 안전하게 들였다. 이렇게 나뉘어 있으나 서로 잇는 구조가 나라의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발해의 무역과 다문화성

 

무역, 바다길, 다문화, 교류라는 낱말을 떠올리고 길을 그려 본다. 북방의 숲과 초원에서 나온 털가죽과 꿀, 들판의 곡식과 소금, 장인들의 그릇과 금속 제품이 길을 따라 움직였다. 강을 따라 내려온 물건은 바닷길을 만나 더 멀리 갔다. 섬나라와 남쪽의 큰 도시, 서쪽의 들판과 산길을 지나온 물건이 발해의 포구에 모였다. 바람과 물결을 아는 뱃사람, 별과 구름을 읽는 길잡이는 이 길을 생업으로 삼았다.

장터에서는 서로 다른 옷차림과 말소리가 뒤섞였다. 같은 물건이라도 지역마다 쓰임이 달랐고, 흥정하는 방법도 달랐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주 만나면 웃음과 손짓만으로도 뜻이 통한다. 이 과정에서 말과 글, 모양과 노래가 서로 스며들었다. 장인의 손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바깥에서 본 모양을 자기 땅의 흙과 나무에 맞게 바꾸어 새 물건을 만들었다. 낯선 빛깔은 금세 이웃의 살림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다문화란 서로 다름이 나란히 서는 것을 뜻한다. 장터와 포구, 수도의 거리에서는 이런 다름이 매일 부딪히고 섞였다. 서로의 믿음과 예절을 존중하면 갈등은 줄고 선택은 넓어진다. 글을 배우는 곳에서는 다른 지역의 글과 책을 함께 읽었고, 절과 제사터에서는 서로의 의식을 배려하는 약속을 세웠다. 이런 습관은 넓은 지역을 하나로 묶는 힘이 되었다. 한쪽의 소식이 다른 쪽에 빠르게 전해지고, 어려움이 생기면 멀리 있는 이웃도 마음을 보탰다.

무역은 단지 돈과 물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쟁을 막는 완충 밧줄이기도 했다. 서로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사이에서는 칼을 빼드는 일이 줄어든다. 바다와 강의 길을 지키는 규칙은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도 이어졌다.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고, 물고기가 알을 낳는 때를 피해 그물을 던지는 약속은 오래된 지혜였다. 이런 지혜가 쌓여 길은 더 안전해지고, 사람들의 삶은 더 넉넉해졌다.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문화재청 유적 안내 자료(발해 관련)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역사 단원

한국 고고학회지 논문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