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조약과 불평등 구조
개항 통상 조약 불평등 구조라는 낱말을 붙잡고 자리부터 살핀다. 땅의 문을 열면 사람과 물건, 생각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처음의 약속은 힘의 차이를 그대로 담았고, 그 차이는 관세와 재판, 항구의 운영에서 드러났다. 일정한 낮은 세율로 물건을 들여오게 하고, 바깥 나라 사람이 우리 법 대신 자기 나라의 재판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 붙었다. 항구의 세관과 창고에는 외국인 고문이 앉아 흐름을 관리했다. 약속의 글은 정해졌지만, 그 글이 만든 무게는 우리 쪽에 더 크게 내려앉았다.
장터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값싼 공산품이 항구에서 내륙으로 들어오고, 곡식과 가죽, 광물이 반대로 바다로 나갔다. 값의 차이를 노린 거래가 늘었고, 쌀과 콩 같은 먹을거리가 외국 배에 실려 나가면 동네의 밥상은 가벼워졌다. 은전이 바깥으로 흘러나가고, 환율의 요동이 장사꾼과 농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익숙한 교환 방식이 흔들리면, 어제의 손해를 오늘 값으로 메우기 어렵다. 장터의 저울과 되를 둘러싼 다툼이 잦아지고, 이익을 본 이와 손해를 본 이 사이의 말다툼도 늘었다.
도시와 시골의 힘의 균형도 달라졌다. 항구 근처에는 새 가게와 여관, 창고와 운송업이 늘어났고, 먼 고을의 장터는 손님이 줄었다. 젊은 일꾼이 항구로 몰리면 시골의 손이 비게 된다. 바깥 물건이 밀려오면, 집에서 만들던 물건의 값은 내려간다. 그래서 수공업자는 새 솜씨를 배우거나 다른 일로 옮겨야 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은 이는 기회를 얻었고, 따라잡지 못한 이는 어려움을 겪었다. 갈등을 줄이려면 길과 세금, 저울과 되의 기준 같은 바닥부터 손봐야 했다.
이바구는 한쪽만의 색으로 칠할 수 없다. 개항은 새 길을 열어 기술과 학문, 의술과 도구를 빠르게 들여오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약한 쪽의 살림을 흔드는 바람이 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약속을 우리 생활과 맞게 고쳐 나가려는 꾸준함이다. 관세의 권한을 되찾고, 항구의 질서를 우리 손으로 세우며, 법과 재판의 기준을 우리 말과 글로 정리하는 일은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제였다.
갑오개혁·근대 학제·군제
갑오 개혁 학제 군제라는 낱말을 먼저 떠올리고, 고쳐 세운 틀을 본다. 오래된 신분의 벽을 낮추고, 집집마다의 문서를 새로 만들어 사람과 땅의 현황을 다시 적었다. 여러 관청에 흩어져 있던 돈줄을 한곳으로 모아 낭비를 줄이고, 같은 기준으로 장부를 맞추게 했다. 관청의 이름과 일을 새로 가르고, 겹치는 부분을 덜어 내어 일이 빠르게 오가도록 했다.
배움의 틀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는 오랜 가르침에, 학년과 교과의 틀을 더했다. 글과 셈, 지도와 병법, 음악과 보건 같은 내용을 알맞은 나이에 나누어 가르치고, 시험의 내용도 종이에만 갇히지 않게 바꾸었다. 학교를 세우고 스승을 길러 지역마다 배움의 싹을 심었다. 글과 셈을 아는 사람이 늘면 관청의 문서가 바르게 돌아가고, 장부와 거래의 실수가 줄어든다. 배움은 곧 살림을 고치는 도구였다.
군제는 나라의 숨과 같다. 사람을 무리하게 끌어 모으기보다, 평시의 훈련과 전시의 동원을 나누어 정했다. 장비와 보급의 기준을 세우고, 성과 병영, 포구와 창고를 서로 엮어 움직이게 했다. 각 고을은 정해진 날에 훈련을 하고, 일정한 기간에 장비를 점검했다. 군인의 신분을 이유로 다른 일을 빼먹는 관행을 줄이고, 일과 훈련을 나란히 두어 농사와 방어가 서로 발목을 잡지 않게 했다. 이처럼 개혁은 종이 위에서만 끝나지 않았고, 들판과 장터, 병영과 학교의 시간표를 함께 바꾸었다.
도시·위생·신문의 등장
도시 위생 신문이라는 낱말을 붙잡고 골목과 장터를 돌아본다. 길과 다리, 배수로와 상수도 같은 생활의 뼈대를 손보는 일이 늘었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집과 가게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이 흐르는 길을 따로 냈다. 불을 다루는 규칙을 만들고, 밤길의 등불을 늘려 사고를 줄였다. 골목마다 쓰레기 모으는 자리를 정하고, 장날에는 사람의 흐름을 살피는 인원을 세웠다. 작은 약속이 쌓여 큰 불편을 덜었다.
아픈 이를 돌보는 틀도 함께 바뀌었다. 전염병이 퍼지면 사람의 옮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격리와 소독 같은 기본을 지켰다. 우물과 개울의 물길은 늘 살펴서, 썩은 물이 마을로 들어오지 않게 했다. 약재의 이름과 쓰임을 정리하고, 거짓 약을 막는 규칙도 세웠다. 이렇게 위생의 기본이 자리 잡으면, 아이와 어른의 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살림의 힘은 몸의 힘에서 나온다.
신문은 글과 소식을 잇는 다리였다. 관청의 문서만으로는 동네의 모든 일을 다 알 수 없다. 장터의 값, 길의 공사, 학교의 소식, 흉년과 풍년의 정보가 종이에 실려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다. 글을 읽는 사람이 늘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도 넓어진다. 잘못된 소문이 돌면, 종이에 기록된 사실로 바로잡을 수 있다. 인쇄와 배달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도시와 시골의 시간차가 줄어들었다. 신문은 삶의 시계를 맞추는 새 장치였다.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문화재청 유적 안내 자료(개항기·근대 개혁 관련)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역사 단원
한국 고고학회지 논문 초록